강렬한 의지로 구제역에서 홀로 살아 남은 ‘돼지H’는 다짐한다. 쓰레기처럼 죽지 않으려면 인간이 되어야 한다. 몸은 물론이거니와 얼굴까지 의심할 여지 없는 완벽한 인간, 그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 확신한다. 그는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다. 어린 시절부터 끊임 없는 괴롭힘에 시달리던 ‘최정석’은 다짐한다. 이 지긋지긋한 인간의 삶을 포기하고 싶다. 차라리 짐승이 되고 싶다. 본능에 충실한, 죽고 싶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그야말로 원시 상태의 완벽한 짐승.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릴 준비가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