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학을 공부하는, 가난하지만 명석한 학생 라스콜니코프는 악덕 전당포업자가 거리의 여자 소냐를 철저히 무시하는 광경을 보고는 소냐를 측은하게 여긴다. 그러나 소냐는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는데, 라스콜니코프는 가족을 제대로 보살필 수 없는 무능함과 끝없는 빈곤의 굴레 속에서 고뇌에 빠진다. 가족들과의 다툼 끝에 격분한 그는 결국 전당포업자인 노파를 살해한다. 지울 수 없는 죄는 라스콜니코프 자신을 짓누르고, 죄책감과 망상이 그를 사로잡고 만다. 디트리히와 결별한 후의 첫 번째 작품으로,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동명소설을 각색했다. 스턴버그는 원작의 방대한 이야기를 좀 더 단순화시켜 범죄와 죄의식, 자백과 체포의 과정에 더욱 집중한다. 광기를 더해가는 라스콜니코프와 냉철한 형사 포르피리의 쫓고 쫓기는 관계는 긴장감 넘치며, 그 무엇보다 영화를 지탱하는 힘으로 작용한다.